1일 캄보디아 프레아 비헤아르주에 캄보디아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프레아 비헤아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최근 휴전협정을 체결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분쟁 지역에서 중화기를 철수하고 지뢰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전면전 위기까지 치달은 지 약 100일 만이다.
4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이날부터 양국이 국경 지대인 태국 시사껫주(州)·캄보디아 프레아 비헤아르주에 배치됐던 중화기를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수라산트 콩시리 태국 국방부 대변인은 “1단계로 3주간 로켓시스템과 야포를 철수하고 2단계로 포병 부대를, 마지막 3단계로 탱크와 장갑차를 순차적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라며 “연말쯤 모든 철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국경 지뢰 제거에도 나선다. 태국은 13개 지역, 캄보디아는 1개 지역의 지뢰 제거를 각각 제안했다고 콩시리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번 긴장 완화 조치는 양국이 국경지 대 영유권을 두고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군사 충돌을 벌인지 석 달 만에 나왔다. 지난 7월 24일 닷새간 발생한 치열한 교전으로 최소 48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 중단을 지렛대로 휴전을 압박했고, 두 나라는 7월 말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경에서는 소규모 총격전과 지뢰 폭발이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 주재하에 아누틴 찬위라꾼(왼쪽 두 번째)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왼쪽 세 번째) 캄보디아 총리가 휴전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UPI 연합뉴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신이 주재하는 양국 휴전협정 체결식을 요구했다. 태국과 캄보디아가 이를 수락하면서 아세안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달 26일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 참석하에 공식 휴전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불신의 골은 여전하다. 시리퐁 앙카사꾼끼앗 태국 정부 대변인은 “캄보디아가 협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억류 중인 캄보디아 군인 18명을 석방하지 않고, 폐쇄된 양국 국경 왕래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윈타이 수바리 태국 왕립군 대변인도 “캄보디아가 무기 철수 협정을 위반할 경우 중화기를 국경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국이 협정 내용을 순조롭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경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