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이가 부산에 연 솔윤공방. 제공=서울성모병원.



급성백혈병과 심장병으로 5년간 투병한 끝에 부산에 자신의 미술 공방을 연 청소년이 있다. 영재 피아노학교 진학을 꿈꾸던 예술적 재능은 서울성모병원 완화의료팀 ‘솔솔바람’의 통합 돌봄을 만나 음악을 넘어 미술이라는 또 다른 형태로 다시 피어났다.

주인공은 정서윤(15) 양이다. 서윤 양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21년 여름, 갑작스러운 고열로 부산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게임몰릴게임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소아 혈액질환이 의심됐다. 결국 서윤 양은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태어나 처음 서울을 찾은 날, 서윤 양은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코로나19 확산 시기로 면회 제한이 엄격했던 당시, 어머니는 병실 밖에서 아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최선희 소 뽀빠이릴게임 아청소년과 완화의료팀 솔솔바람 전문간호사가 보호자에게 치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무균병동에 홀로 입원해 있던 아이에게 가족의 사진과 편지를 전해주며 두 사람을 이어줬다.
중증질환 환아와 가족을 위해 정서·의료·사회적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솔솔바람이 이름처럼 따뜻한 연결고리가 된 순간이었다.
영재 피아노학교 진학을 준비 사아다쿨 하던 서윤 양에게 갑작스러운 병원 생활은 혹독했다. 고용량 항암 치료 이후 여섯살 때 진단받았던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이 악화돼 심장 시술까지 받게 됐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음악 대신 그림이 서윤 양의 새로운 언어가 됐다.


투병에도 나눔 실천…연주회도당시 작품 황금성릴게임사이트 모아 ‘솔윤공방’ 운영





서윤이 엄마와 서윤이. 제공=서울성모병원.



힘겨운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과 긴 회복기를 거치며 서윤 양은 아크릴판 위에 가족과 의료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진, 자신과 함께 병동에서 생활하는 환아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번 입원하면 적게는 한두달을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서윤 양의 그림은 특별한 선물이 됐다. 미취학 환아에게는 로봇과 공룡을, 청소년 환아에게는 자신을 닮은 수채화 초상화를 그려 건넸고, 병동 곳곳의 수액 폴대에는 아이들 각자의 그림이 하나씩 걸려 있었다.

첫번째 조혈모세포 이식 이후인 2023년 재발 소식은 가족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입원 생활 속에서도 서윤 양은 열이 나지 않는 날이면 병실을 찾아다니며 친구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 나눠줬다. 지난해 입원 중 맞은 생일에는 병동 휴게실에서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다. 가족과 의료진은 입장료 대신 과자를 들고 찾아와 서로의 투병을 응원했다.
서윤 양은 병동 곳곳에 작은 행복을 전하는 존재였다. 병원 생활로 우울해 병실 밖으로 나오기를 꺼리는 환아와 보호자를 보면 먼저 다가가 그림을 건네며 인사를 나눴다. 마음을 연 아이들과는 보드게임을 하며 하루를 견디는 힘을 나눴다. 성탄절과 설날, 생일처럼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특별한 날에는 무균병동 안에서 작은 축제를 열어 환아와 보호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투병 중의 경험은 웹툰으로도 완성됐다.
이 같은 긍정의 힘 뒤에는 가족의 헌신이 있었다. 서윤 양의 남동생은 2022년, 체중 30kg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5시간에 걸친 조혈모세포 기증을 감내했다. 이듬해 재발 후 두번째 이식에는 어머니가 참여했다. 두차례에 걸친 가족의 헌신 끝에 서윤 양은 건강을 회복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남긴 상처‘영광의 상처’라고 부르는 가족





서윤이와 의료진. 제공=서울성모병원.



가족은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에서 남은 상처를 ‘영광의 상처’라 부른다. 지금도 첫번째 이식이 이뤄진 날은 ‘남매의 날’, 두 번째 이식이 이뤄진 날은 ‘모녀의 날’로 기념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특별하다”는 서윤 양의 어머니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부산 집에서 남매의 피아노와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하며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투병으로 약 5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만 서윤 양은 멈추지 않았다. 입원 중에도 꾸준히 작품을 만들었고 연주회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했다. 내년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준비 중이며 치료 과정에서 만든 작품과 웹툰, 병동에서 그린 그림들은 부산에 연 미술공방 ‘솔윤공방’에 전시돼있다. 앞으로는 공방에서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제작해 병동에서 전했던 희망을 사회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서윤 양의 주치의인 조빈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긴 치료 과정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위로해온 서윤이가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열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며 “앞으로도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건강하게 꿈을 넓혀가길 의료진 모두가 응원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간호사는 “백혈병 치료 과정에서는 감염 위험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미술 도구가 제한적이지만 서윤이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도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다”며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서윤이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서윤 양은 치료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산에서는 눈이 거의 오지 않는데 입원 중 병원 창밖으로 눈이 내릴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몸이 아파도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퇴원한 뒤 병원 앞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상처럼 느껴졌다”며 “앞으로도 그림을 통해 제가 느낀 작은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