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장관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이른바 강대국의 '전략적 부패' 전략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등이 자원 보유국의 의사결정 구조를 장악하고 배타적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패를 외교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면서다. 시장의 효율 릴게임온라인 성은 국가의 '보이는 주먹' 앞에 무력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원 두고 투자자-국가 분쟁 급증
21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따르면 올해 ICSID에 제기된 자원 관련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은 32건으로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는 자원 전쟁이 막대한 비용이 걸린 법적·외교 골드몽게임 적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0년대 들어 국제 사회는 부패를 지정학적 전략의 핵심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의미의 부패가 '사적 이익을 위한 공적 권한의 남용'이라면 전략적 부패는 그 주체와 목적이 국가 차원으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발표한 '부패 전략 전략'에서 관련 황금성오락실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략적 부패를 '특정 정부가 부패 관행을 외교 정책의 수단으로 무기화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지목했다. 부패가 상대국의 정치 행위를 고의로 훼손해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하고, 경제적·정치적 의사결정을 특정 외부 세력에 종속시킬 우려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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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략적 부패는 고도화된 금융 기법과 결합해 제도화됐다는 분석이다. 자원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자원담보대출은 미래에 생산될 자원을 담보로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원 보유국의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시점으로 당겨쓰게 만든다. 향후 수십 년간 해당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자원이 국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채권국으로 직행하게 만드는 '공급망 알박기' 효과를 낸다.
'자원-인프라 패키지 딜'도 비슷하다. 도로, 항만,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대가로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보통 경제 개발 협력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계약 조건의 불투명성으로 실제 가치보다 훨씬 저렴하게 자원이 유출되거나 막대한 부채를 만들어 자원 보유국의 주권을 침해한다.
엘리트 포획하는 방식도 있다. 현지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에게 뇌물, 자녀 유학 지원,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지분 증여 등을 제공해 정책 결정 과정을 매수하고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다.
이런 비시장적 거래의 규모는 상당하다. 세계자원거버넌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8년 사이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체결된 자원담보대출은 확인된 것만 총 52건이었다. 금액으로는 164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특히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전체 원담보대출 금액의 77%가 중국국가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 등 중국의 정책 금융 기관이 맡았다. 이는 중국이 해당 국가의 미래 자원을 돈으로 선매수했다는 뜻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전체 대외 차입 중 약 8%가 자원담보대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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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국가의 미래 자원 생산량 상당 부분이 이미 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특정 경로로 사라지고 있다.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DRC), 베네수엘라 등은 이런 대출로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다시 추가적인 자원 양보를 강요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경쟁은 지정학적 게임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국영기업과 정책 금융을 앞세워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중국은 코발트, 희토류 지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튬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라인스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23~2024년 아프리카 금속 및 광물 프로젝트에 약 80억 달러를 신규 투자했다.
중국의 전략은 과거보다 고도화됐다. 단순히 원광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짐바브웨와 말리 등 현지에 제련 및 처리 시설을 직접 건설하며 부가가치를 현지에 남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짐바브웨 리튬 부문은 2021년 이후 10억 달러 이상이 투자받았다. 주요 투자자는 중국 배터리·금속 기업들이다. 자원 보유국 정부의 환심을 사고, 현지 산업 생태계를 중국 표준으로 종속시켰다.
미국의 뒤늦은 반격
미국과 서방도 원자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국가 개입 모델을 택했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가치 기반의 자원 동맹'을 표방했다. 하지만 그 수단은 중국의 방식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체결된 미국-우크라이나 핵심 광물 협정은 지정학적 안보와 자원 확보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광물 투자 기금'을 조성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풍부한 리튬, 티타늄에 대한 미국 기업의 우선 접근권을 보장하는 대가로 제공된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미국과 우리는 글로벌 투자를 우크라이나로 끌어들이는 기금을 공동 조성했다"며 "양국이 대등하게 협력해 경제 잠재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지원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는 안보를 담보로 자원을 확보하는 서방식 '패키지 딜'의 전형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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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및 통화 스와프 라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구제금융 역할이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은 이런 움직임이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구사했던 '자원-인프라 딜'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이용해 아르헨티나의 리튬 공급망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자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망가진 원자재 공급망
전략적 부패가 글로벌 자원 공급망을 흔든 경우도 있다. 전 세계 최대급 리튬 매장지인 마노노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호주 AVZ와 중국 지진 간의 지분 다툼, 콩고민주공화국(DRC) 국영기업의 헐값 지분 매각 의혹, 국제 중재와 소송이 복합적으로 얽혀 5년 넘게 개발이 지연됐다. 최근에는 미국계 자본까지 가세하며 마노노를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리전 양상마저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은 자원 전쟁의 최전선이자 전략적 부패의 온상이기도 하다. IEA에 따르면 글로벌 코발트 광산은 대부분 DRC에 있다. 하지만 DRC 기업은 5% 미만의 생산만 통제한다. 나머지는 유럽계(글렌코어 등)와 중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핵심 광물 공급망이 분쟁 지역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올해 나온 UN 보고서에 따르면 르완다 기업이 DRC 반군이 장악한 광구에서 밀수된 콜탄을 매입해 반군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주도의 자원 확보 경쟁과 전략적 부패는 시장 메커니즘을 훼손했다. 전통적인 원자재 시장에서는 LME(런던금속거래소) 등의 거래소 가격이 수급을 반영하는 지표로 작동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물량이 장기 자원담보대출 계약, 국가 간 스와프, 수직 계열화된 내부 거래 등으로 묶이면서 거래소 가격이 실제 시장 상황을 대변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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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는 핵심 광물 시장이 지정학적 요인, 정보의 비대칭성, 공급의 집중도로 극도의 취약성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시장 가격이 왜곡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이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불확실성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자원 빈국이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배터리·반도체 제조 강국이기도 하다. 이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전략적 부패의 충격파를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핵심 광물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특히 리튬, 코발트, 흑연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특정국 의존도를 80%에서 5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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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