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5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왼쪽)와 파시 옌네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두 교수는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플라우라2)이 조만간 NCCN, ESMO 등에서 EGFR 폐암의 표준치료 가이드라인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10년 전만 해도 1년 생존기간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이지에프알(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EGFR 폐암)의 치료 예후가 4년까지 성큼 다가갔다. 일반적으로 암 완치를 평가하는 5년 생존기간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3세대 EGFR 표적항암제(TKI)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추석보너스 와 백금 기반 화학항암제를 함께 투약한 ‘플라우라2’(FLAURA2)의 3상 임상시험 결과다. 기존의 최우선 표준치료법인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생존기간 38.6개월에서 10개월을 연장했다. 6년 만의 진전이다.
이에 올해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회의’(WCLC25) 현장에서 해당 발표는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았다. 건강한겨레는 지난 6~9일 외환은행 노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WCLC 2025 현장에서 파시 옌네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와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리오라 혼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후기개발 수석부사장을 만나 이번 발표의 의미와 향후 폐암 치료의 전망을 물었다. 이 세 사람은 이번 발표가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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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5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리오라 혼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후기개발 수석부사장. 혼 부사장은 ‘폐암이 더 이상 사망 원인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는 회사의 목표를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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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표준치료지침 될 것…핵심 치료제 입지 다져”
세계적인 폐암 항암치료 석학으로 플라우라2의 3상 임상연구를 설계한 옌네 교수는 “전체생존기간(OS)에서 47.5개월로 유의미한 향상을 끌어냈을 뿐 아니라 진행성·전이성 EGFR 폐암 환자들에게 현실적인 희망도 제시한 매우 의미 있는 데이터”라며 “EGFR 폐 장기전세주택 가격 암 1차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OS 개선은 임상 평가 지표의 골든 스탠더드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의 권고 수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같이 곧 ‘선호요법’(최우선 표준치료법)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전역의 33개 암 치료센터가 연합한 NCCN은 국제적으로 암 질환 관련 표준치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연구단체다.
이세훈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축하할 만한 성과”라며 “이전의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95점짜리 치료 전략이었다면 이번 병용요법 결과는 98점에 가깝다”고 높게 평가했다.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도 활동 중인 이 교수 역시 국제 표준치료법이 곧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유럽종양학회에서도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가이드라인 개정이 예상된다”며 “이번 데이터는 주요 가이드라인 개정의 근거가 될 만큼 의미가 있기에 앞으로 폐암 치료 전략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5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파시 옌네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옌네 교수는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조만간 EGGFR 폐암의 표준치료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과거 임상 현장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플라우라) 1상 임상연구부터 참여했던 혼 부사장은 타그리소가 EGFR 폐암 치료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기반 약물(백본 치료제)’로의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타그리소는 2차 치료에서 시작해 1차 치료,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넓혀왔고 이제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를 1차 치료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마련했다”며 “환자의 치료 여정 전반을 관통하는 치료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옌네 교수 역시 “현재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명확한 중심 치료제로 자리 잡았기에 앞으로 새롭게 개발될 병용요법 전략은 타그리소를 핵심 축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운 치료 조합이 등장하더라도 타그리소는 그 기반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5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 교수는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플라우라2)이 EGFR 폐암 치료 전략에서 기존의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뛰어넘는 98점짜리 치료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병용요법 선택, 환자와의 소통이 핵심
향후 EGFR 폐암 치료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환자 맞춤형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옌네 교수는 “병용요법이 확실한 생존 이점을 제공하지만, 100%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권고할 순 없다”며 “타그리소 단독요법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환자군도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혈, 설사, 메스꺼움, 식욕 감소, 피로감 등 화학항암제의 부작용 부담이 일부 있는 만큼 “치료의 강도, 기대 효과와 함께 환자의 질환 상태 및 가치관, 삶의 방식, 치료 선호도를 환자와 충분히 대화하고 맞춤형 전략을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4년 이상 이어진 그간의 임상 결과를 통해 병용요법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환자군 범위는 일부 추려졌다. △뇌 전이 등 중추신경계(CNS) 전이 환자 △표적항암제 단독요법의 반응이 떨어지는 엑손21(L858R) 변이 환자 △종양 부담이 큰 환자 등이다. 반면 △종양이 흉부에 국한되거나 △엑손19 결손(Ex19del) 변이 환자 △화학항암제의 부작용 부담이 큰 고령 환자 등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는 단독요법도 더 적절할 수 있다.
혼 부사장 역시 “플라우라2는 타그리소에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해 일정 수준 치료 강도를 높이는 접근법이기에 해당 환자가 치료를 잘 견딜 수 있는지,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고자 하는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고려해 설계상 8개월여간 화학항암제를 병용하는 구조를 환자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폐암이 더 이상 사망 원인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는 회사의 목표를 공유했다. 타그리소를 백본 치료제로 발전시켜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쉽지는 않겠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전임상연구 파이프라인들을 통해 현실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 과학자들은 차기 연구(파이프라인)를 통해 과학이 암을 없애고 암으로 인한 죽음을 멈추는 일을 보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환자 중심 치료, 정밀의학, 면역항암치료와 세포치료제 등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