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알카에다 연계 조직 수괴였던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1946년 시리아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 시리아 국가원수가 백악관 집무실에 초청 받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1년 전 트럼프 행정부가 그를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하고 1000만 달러(약 147억 원) 현상금을 거두기 직전까지만 해도 알샤라 대통령은 미군 체포 경력까지 있는 ‘알카에다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자)’였다. 전문가들은 이 극적인 만남의 배경에 ISIS(이슬람국가) 격퇴, 이란 견제, 그리고 시리아 재건 릴게임가입머니 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이 깔려있다고 평했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가운데)이 10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샤라는 1982년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리 야마토연타 야드에서 태어났지만, 가문 대대로 시리아 쪽 골란고원에 살았다. 본명은 아메드 후세인 알샤라.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이라크로 건너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에 합류했다. 이후 미군을 상대로 소위 ‘지하드(성전)’를 벌이다 2006년 미군에 체포됐다. 2011년까지 악명 높은 아부 그라이브, 캠프 부카 등 미군 모바일야마토 수용소에서 수감 생활도 겪었다.
2011년 석방된 그는 시리아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그가 풀려난 시점은 ‘아랍의 봄’이 시리아를 덮칠 때였다. 알샤라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을 창설해 시리아 내전을 이끌었다.
알샤라는 단순한 이념가가 아닌, 냉혹한 현실주의자에 가까웠다. 그는 서방을 상대로 한 지 야마토게임예시 하드나 무차별적 테러 대신 ‘53년 동안 이어진 아사드 독재 정권을 타도한다’는 시리아 내부 문제에 집중했다. 2013년 잔혹성으로 악명 높은 IS(이슬람국가)와 결별했고, 2016년엔 알카에다 본부와 공식적으로 관계를 끊었다.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시리아 대통 바다이야기 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라는 자신만의 조직을 꾸렸다. 시리아는 작년까지 아사드 독재 정권 때문에 국토가 수도 인근 아사드 정권 영토와 반군·터키 영향권, 알샤라가 이끄는 HTS 미니 국가 형태로 쪼개져 있었다. 알샤라는 지난해 12월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53년간 이어진 아사드 독재를 무너뜨렸다. 올해 1월 그는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에 올랐다.
이후 그의 행보는 지하디스트라는 과거가 믿기지 않을 만큼 극적으로 바뀌었다. 알샤라는 서방 언론과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하고, 깔끔한 맞춤 정장 차림으로 각국 정상을 만났다.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벗고 대신 실용주의자와 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쌓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서방 외교관들이 그를 ‘프래그머티스트(Pragmatist)’라 부른다고 전했다. 프래그머티스트는 철학계에서 실용주의 신봉자라는 뜻으로 쓰는 단어로, 이론보다 실제적 결과와 효용을 중시하는 사람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회담 후 알샤라를 “강한 지도자, 터프가이”라며 “나는 그를 좋아한다”고 했다. 심지어 “우리 모두 거친 과거가 있다”며 그의 알카에다 전력조차 ‘강인함’의 증거로 치켜세웠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은 시리아 정부 및 금융기관과 거래를 제한하는 2차 제재 ‘시저 액트(Caesar Act)’를 18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시리아는 트럼프와 회담 직후 미국 주도 국제연합체와 극단주의 무장 단체 IS(이슬람국가) 소탕전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시리아는 IS와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이 존재한다. 알샤라는 HTS 시절부터 IS와 싸웠다. 2019년 미군이 IS 수장 알바그다디를 사살한 기습 작전도 알샤라 근거지 인근에서 이뤄졌다. 시리아 고위급 관계자에 따르면 IS는 최근 몇 달간 알샤라 암살을 두 차례 이상 시도했다.
시아파 맹주 이란 역시 알샤라에게는 적이다. 그는 아사드 정권 독재를 이란이 헤즈볼라 세력 지원 같은 형태로 옹호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중동에서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행정부 이해와 일치한다.
이스라엘 안보와 중동 평화 구상에도 시리아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골란 고원을 맞댄 이웃 국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이스라엘과 알샤라 정부 사이 새로운 안보 협정 체결을 중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가자지구 평화안과 아브라함 협정 확대(중동 국가 관계 정상화 구상)을 뒷받침할 핵심 카드다.
미국에 시리아가 필요한 만큼, 시리아도 미국 도움이 절실하다. 시리아는 14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폐허가 됐다. 세계은행(WB)은 시리아 재건에 최소 2000억 달러(약 260조 원)에서 최대 345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시리아는 미국이 주도한 국제 제재 시저 액트에 묶여있다. 시저 액트는 2019년 아사드 정권이 자행한 민간인 고문과 학살을 이유로 제정된 법이다. 시리아 중앙은행과 거래하거나 에너지, 건설 등 재건 사업에 관여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과 개인을 제재(세컨더리 보이콧)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어떤 국제기구나 기업도 시리아 재건 사업에 투자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이번 회담에서 시저 액트 제재 180일 추가 유예라는 일시적인 조치로 화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샤라가 경제 회복이라는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리아는 또다시 혼란에 빠지고 새로운 극단주의가 자라날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5월 시리아 알레포에서 열린 해방 기념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백악관 측 환대와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뒤로 하고 알샤라의 어두운 과거를 지적했다. 그가 시리아 제재 해제와 권력 공고화를 위해 ‘계산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워싱턴 연구소(Washington Institute)는 미국외교협회 인터뷰에서 “알샤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많은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사드 독재 정권보다는 낫다”면서도 “그가 온건하게 접근하는 배후에는 제재 해제와 국제적 인정을 얻기 위한 명백히 계산된(calculated) 행동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그가 권력을 공고히 한 뒤, 더 엄격한 이슬람 배타주의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구상하는 ‘새로운 시리아’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형태인 것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알샤라는 집권 직후 총리직을 폐지하고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초(超) 대통령제’ 임시 헌법을 발표했다. 이후 권력을 민간이 아닌 군부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이번 알샤라 방미 회담의 가장 큰 성과가 “경제적, 군사적 합의가 아닌 정통성(legitimacy) 확보”라고 분석했다. 알카에다 수괴였던 인물이 미국 대통령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 입성함으로써, 국내외 반대파를 누르고 본인 통치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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