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 동구 동국제강 인천 공장 주차장에 1만3000t 규모의 철근 제품이 방수포에 덮인 채 수북이 쌓여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판매처를 찾지 못해 재고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창고도 이미 넘쳐나 제품을 주차장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까지 급등해 생산 부담까지 늘자, 이 회사는 공장 가동을 수시로 멈추고 있다./장련성 기자


인천 동구 송현동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친환경 전기로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철강업계 ‘혁신 공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고철을 녹이는 전극봉의 파열음이 바다이야기하는법 귓전을 때려야 할 공장은 불이 꺼진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느껴져야 할 전기로(電氣爐) 주변은 냉기가 돌았다.
권순철 제강팀장은 “수급 조절을 위해 48시간째 전기로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폭등한 데다 경기 침체로 주문마저 줄어 수시로 설비를 끄고 있다”며 “전기료 부담을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늘 24시간 풀가동하던 인천공장의 월평균 가동률은 최근엔 50~6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동국제강이 ‘불 꺼진 전기로’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효율 좋은 설비로 무장한 혁신 공장조차 지금의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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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불황에 생산은 줄였는데, 전기료는 더 내야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국내 철근 생산의 핵심 기지 중 한 곳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220만t으로, 국내 전체 철근 생산량의 약 18%를 담당한다. 지난달 6일 둘러본 전기로는 지난 2010년 바다신2 다운로드 국내 최초로 도입한 친환경 ‘에코 아크 전기로’다. 기존 설비보다 t당 전력을 100㎾h(킬로와트시)나 적게 쓰는 고효율 전기로다.
하지만 이런 혁신 노력도 살인적인 전기요금 인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대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 ‘을’ 전기요금(계약전력 300㎾ 이상)을 적용받는 동국제강이 내는 전기료는 2021년 105.48원(㎾h 릴박스 당)에서 최근 180.6원까지 올랐다.
그 결과 ‘생산을 줄이는데도 전기료는 더 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량은 2021년 216만t에서 지난해 150만t으로 30.5%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납부한 전기료는 1251억원에서 1579억원으로 오히려 26.2%(328억원) 늘었다. 제조원가에서 전력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7%에서 14%로 두 배가 됐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말이 엄살이 아닌 이유다.
24시간 전기로를 돌리던 인천공장은 생존을 위해 ‘올빼미’가 됐다. 지난해 7월부터 전기료가 가장 비싼 낮 시간대(피크타임) 가동을 중단하고, 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에만 제강·압연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희균 설비관리팀장은 “전기료 절감을 위해 근무 체제도 ‘4조 3교대’에서 ‘3조 3교대’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서도 배제
전기료 폭등은 철강 업계로선 최악의 시기와 겹쳤다. 건설 경기 침체로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전기료 부담이 겹치며 충격이 배가됐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918만7000t이던 국내 철근 판매량은 지난해 762만1000t으로 1년 새 17%나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줄어드는 등 수요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매출이 급감해 버틸 체력이 바닥난 시점에 덮친 전기료 인상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은 아예 인천 공장 전 생산 라인을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전기료 급등으로 철근 제조 원가는 올랐는데 수요 감소로 판매가는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찬희 동국제강 인천 공장장은 “1994년 인천 공장 설립 이래 최장 기간인 26개월째 감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공장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로가 있는 제강 공장 밖으로 나오자 원래는 주차장으로 썼던 1만㎡ 면적의 아스팔트 공간에 철근 제품 1만3000t이 쌓여 있었다. 생산은 했으나 아직 수요처를 찾지 못한 재고였다. 권순철 팀장은 “완제품 보관소가 따로 있지만 그 공간이 이미 가득 차 주차장까지 야적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과 전기료에 대한 국내 철강 산업계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지만, 이렇다 할 지원도 없다.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 이후 내놓은 조인트 팩트 시트(공동 설명 자료)에서 철강은 아예 빠졌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을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 철강 품목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심지어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4일 발표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에서조차 전기 요금 인하와 관련된 대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