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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간 전세계 동물원 1000여 곳을 방문한 사람이 있다. 캐나다 생물학자 로브 레이들로(68)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전문 음악인으로 활동했으나,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동물들의 삶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1984년 8월,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길거리 동물원’을 방문했다가 그곳의리딩전문가
열악한 환경을 본 뒤 비참한 동물들의 현실을 알리고 개선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동물원 동물 보호단체 ‘주체크 캐나다’(Zoocheck Canada)의 시작이다. 주체크 캐나다는 동물원 관련 법·규정이 하나도 없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오직 인간에 의해 갇히고 이용당한 동물들을 위한 법·정책 개선, 공공 교육 캠페인 및 야생동물 주가현황
보호 관련 법적 대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레이들로 주체크 캐나다 대표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캐나다 동물복지 운동 선구자의 이름을 딴 ‘프레데릭 A. 맥그랜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부터 40여년간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해 활동해온 로브 레이들로홍콩증시
‘주체크 캐나다’ 대표가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베이시 ‘아시아 포 애니멀스’ 콘퍼런스 현장에서 한겨레와 만나고 있다. 김지숙 기자


가장 소외되고 학대 당한 동물, 파충류
“진정 동물을 위한 일은 그들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란 철학을 알리고 있는 레이들로 대표를 지난달 26일 대토마토스
만 타이베이시 ‘아시아 포 애니멀스’(AfA) 콘퍼런스 현장에서 만났다.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동물복지 현황, 정책, 대안을 다루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그는 호랑이, 사향고양이, 코끼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의 문제를 다룬 세션의 사회를 맡았다.
“동물을 관광·유흥에 이용하는 문제는 하루, 일주일, 한 달, 심지어 일 년이 모바일 바다 이야기 다운
걸려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같은 사안에 35년 넘게 매달려 오면서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가 ‘장기전’이라 언급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동물원·수족관에 가둬 기르는 동물들의 복지와 야생동물·인간의 충돌 문제다. 그는 한겨레와 만나 “그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파충류 복지”라고 말했다. 이국적인 소형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려는 수요가 늘어나며 도마뱀, 이구아나, 뱀, 거북 등이 야생에서 밀렵 되거나 무분별하게 번식되고, 상업적인 체험·이동식 동물원에 이용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레이들로 대표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10권 넘게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2012년),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2018년) 등이 출간돼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레이들로 대표는 “지난 5년간 주체크 캐나다는 파충류 복지에 집중해 일해왔다”면서 “파충류는 반려동물 거래나 사육에서 가장 소외되고, 학대당하고, 오해받는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파충류에 대한 대중 인식과 상호작용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파충류가 다른 동물들처럼 인지력을 갖추고 있고, 정서적이며 사회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어요.”
그가 이 활동에서 가장 큰 학대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동식 동물원’이다. 이동식 동물원이란, 동물을 고정된 전시시설이 아닌, 사육장 등에 옮겨 다니며 어린이집, 학교, 백화점, 행사장 등에서 사람들에게 만지기, 먹이주기, 사진 촬영 등을 제공하는 동물 체험·전시를 말한다. 흔히 ‘생태 교육’이란 명목으로 이뤄지지만, 동물에게 이동과 접촉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3년 법 개정을 통해 금지됐고, 캐나다 또한 주·시 단위로 동물원 허가제 및 이동식 동물원 금지 정책 등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지만 연방 차원의 금지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한 체험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모니터도마뱀의 모습. 레이들로 대표는 “거의 모든 동물원과 가정에서 도마뱀을 유리장에 기르지만, 진화 과정에서 이런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도마뱀은 유리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고통받는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국내 한 체험동물원에서 어린이들이 파충류 만지기 체험을 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우린 동물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다
그는 전세계 기존 동물원과 이동식 동물원 등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이러한 ‘동물 체험’이라고 했다. “체험은 전적으로 인간의 오락을 위한 것이고, 교육적이지도 않은 데다 동물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 변온동물인 도마뱀, 뱀 등은 사람이 만지면 ‘접촉 열’(Handling Fever)로 대사율·심박수에 변동이 생기는 등 생리적 변화를 겪게 돼요.” 단 한 번의 접촉만으로도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는데, 동물원 동물들은 거의 매일 이런 식의 접촉을 견딘다는 것이다. 그는 “고통받는 동물이 있지만, 우리는 눈앞에서 이를 보고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시민 인식 개선과 전문가 교육·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야생동물 전문가라 하더라도 모든 종에 대해 알 수 없고, 수의사라고 해도 수의학적 측면은 잘 알지만, 복지 측면은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동물원의 동물복지 문제를 자문하는 그가 정부 담당자, 정책 결정자, 수의사, 동물복지 전문가,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웹 세미나 등을 꾸준히 조직하는 이유다.
레이들로 대표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10권 넘게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2012년),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2018년) 등이 출간돼 있다. 그가 도마뱀·거북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그들도 너와 다르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도마뱀도 친구를 만나고, 놀러 나가고 싶어해. 네가 온종일 좁은 공간에 갇히면 어떨 것 같니?’라고 물으면 어린이들도 왜 야생동물을 왜 가두면 안 되는지 이해합니다.”



로브 레이들로 ‘주체크 캐나다’ 대표가 ‘아시아 포 애니멀스’ 콘퍼런스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시아동물연합 제공


우선순위 ‘동물-직원-관람객’ 순이어야
동물권·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지며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가 보는 동물원의 미래는 어떨까. “제 생각에는, 동물원들은 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거나 지금까지처럼 번영하지 못할 거예요.” 그가 구체적으로 변화를 주문한 것은 ‘동물원의 우선순위’였다. 그는 “중요한 것은 동물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다음이 동물원 직원이고 세 번째가 관람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원이 갈 곳 잃은 야생동물의 보호소(생추어리) 역할을 하게 될 경우에도 사육 시설이나 인프라만 바꾸는 게 아니라 철학과 교육법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지금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든 사람이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동물원을 바꾸는 결정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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