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로 9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조 대법원장 외에도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등 4명의 대법관과 지귀연 부장판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민주당이 제기해 온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회동설을 비롯해 5월 1일 대법원의 이재명(당시 대선 후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과 그 전후 상황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증인으로 소환해 청문회를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5월 14일에도 민주당은 청문회를 추진해 조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이때 민주당은 야당이었다. 증인들은 전원 불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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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퇴장 명령을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진행 도중 박균택 민주당 신한저축은행 햇살론 의원이 갑자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후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위원장인 제가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오늘 의사일정에 추가해 먼저 심사할 것을 요구하는 동의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즉시대출상품 밝혔고,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거수 표결로 의사일정이 변경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형식적 토론을 거쳐 청문회 개최 건을 통과시켰다.
토론에서 ‘조-한 회동설’ 제기 당사자인 서영교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될 때부터 이재명 사건이 대법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고 한다. 아주 유력 모집인원 0명 한 사람에게서 들은 제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은 “서 의원과 부승찬 의원의 폭로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큰 용기”라고 맞장구쳤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민과 사법부를 단두대에 올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진 수학학원강사 우 의원은 “민주당 법사위가 이 대통령의 개인 로펌으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배지를 달고 한 자리씩 하니까 법사위원들도 눈이 돈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 등이 실제 청문회에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 5월 청문회에 준해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용 검사(법무연수원 교수)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검찰개혁 청문회에 출석한 검사들과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수원지검에서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는 민주당이 제기한 ‘연어·술 파티’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다”며 “1년 반 전 논란이 일었을 때 수원지검의 (교도관) 전수조사, 경찰의 수사, 재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뻔뻔하게 거짓말하고 있다. 아직도 윤석열 정권 그대로 있는 줄 아느냐. 지금은 대통령이 누구냐”고 호통치자 박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연어·술 파티 의혹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을 조사할 때 술과 안주를 제공하고 진술을 회유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조사 당시 주류가 반입된 정황이 확인됐다”며 감찰에 착수했다.
박균택 의원이 “이 대통령 공소장은 다른 피고인 공소장과 돈을 전달한 일시·장소·액수가 다른데 부끄럽지 않느냐”고 따지자, 박 검사는 “(이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참여하셨죠”라고 되물으며 “그게 그렇게 다르다면 (유죄가 확정된 이 전 부지사도) 무죄가 나오지 않았겠느냐. 현재 재판 중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잘 정리되는 것이 우리나라 법 체계”라고 대응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건진법사 전성배씨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최재현 검사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발언권을 신청하고 있다. 뉴스1


서울남부지검에서 발생한 건진법사 전성배씨 소유 5000만원어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선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최재현 검사가 출석했다. 최 검사는 “관봉권이 훼손된 것은 오롯이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하고 그것을 은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 검사가 “지난번 청문회에서 저희 압수계 수사관들을 데려다 놓고 ‘너네가 증거를 인멸했느니, 말았느니 그러니 구속돼야 된다, 말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라고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추 위원장은 발언을 막았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마이크를 똑바로 놓으라”며 소리쳤다. 최 검사도 “마이크도 제가 원하는 위치에 못 놓느냐. 여기가 그런 자리냐”고 맞받았다.







하준호·양수민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