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용산구 국제업무지구(옛 용산정비창 부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창문에 '매물접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민하 기자


“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재건축·재개발도 현실적으로 몇 년 내에 이뤄질 게 아니라는 생각이 다들 있다 보니 기대보다 동네가 조용합니다.”
8일 찾은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유휴지, 옛 용산정비창 일대 주변 지역은 6℃의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도 썰렁한 분위기를 풍겼다. 10여 년간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이 일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는 기공식이 열린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인근 부동산에서도 사아다쿨 온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동산 창문에 붙은 매물은 얼마 되지 않았고, ‘매물 접수’ 안내문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45만6000㎡ 부지에 총 51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도시개발사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추진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이 닥치며 2013년 좌초됐다. 이후 2022년 오 시장이 릴게임뜻 다시 당선되며 사업 재추진을 공식화했고, 11월 27일 기공식을 열며 본격적으로 첫 삽을 뜨려던 참이었다.



8일 서울 용산구 국제업무지구(옛 용산정비창 부지) 옆 동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근 상가엔 공실이 많이 보였다. /정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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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업이 본궤도에 막 오르려던 시점에 갑작스럽게 암초를 만났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 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소유한 용산정비창 개발 용지도 대통령의 ‘정부 자산 매각 전면 중단’ 지시 대상”이라고 밝히면서다. 앞서 11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 자산의 ‘헐값’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진 황금성사이트 행 중인 사안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용산정비창 부지도 이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민간이 부지를 매입해 통째로 개발하려던 과거와 달리,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공동 시행을 맡도록 했다. 공공이 12조원가량을 투자해 기반 시설을 조성한 뒤, 부지를 민간에 쪼개 야마토릴게임 팔아 막대한 개발 재원을 조달하는 식이다.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개발 부지를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특성상 역설적으로 이 대통령의 자산 매각 중단 지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첫줄 오른쪽 첫번째)이 11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정비창 일대에서 열린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 기공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찾은 인근 부동산에서도 사태의 여파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입장을 낸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호가에 큰 변동은 없다”면서도 “너무 오래된 호재라 지난해 초에 반짝 활기를 띠었다가 최근에 다시 거래가 활발해지려던 참에 공공부지 매각 중단 지시로 생각보다 기공식도 초라하게 되고 김이 빠진 분위기다”라고 했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두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시각차가 커지면서 시장에선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업무지구 개발 시 혜택을 받을 곳으로 꼽히는 곳은 서부 이촌2동의 중산 특별계획구역, 시범·미도 연합, 이촌1구역 등이다. 이 지역은 바로 앞에는 한강이 있고, 뒤에는 국제업무지구 개발부지가 있어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호재와 악재가 잇달아 터져도 호가는 내려가지 않고, 매물도 없는 상황 속에 문의 역시 예전처럼 빗발치진 않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1970년에 준공된 중산1차시범아파트 전용 59㎡는 이날 확인된 매물로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15억원에 올라왔다. 지난 8월 17일 실거래가(10억6000만원)보다 4억4000만원 오른 상태다. 동시에 지난 11월 10일 14억원에 올라온 같은 평수의 매물도 아직 그대로 있다.



8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내려다 본 국제업무지구(옛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현장. /정민하 기자


인근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다들 197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라 오래 걸려도 ‘언젠가는 재개발·재건축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어 이른바 악재에도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물 나올 만한 집들은 많은데 매도자들이 싸게 팔 마음이 없고, 오히려 최근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더 받겠다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다만 사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체 공정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애초 토지 분양은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정부 지침이 정해질 때까지는 국유 자산 매각이 무기한 중단될 수 있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 각종 비용이 추가되고 헐값 매각 논란을 막기 위해 가격을 높이면 민간 기업의 참여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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