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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신신빛 (43.♡.134.250)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0-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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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에 아내와 함께 군산북페어에 다녀왔다. 작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겨우 2회째인데도 이틀 동안 8000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아직 서점에 나오지 않은 신작을 만날 수 있고 특색 있는 독립 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서점과 작가들이 오는 아주 인기 있는 책 잔치다. 유사 이래로 책이 안 팔린다는 출판계의 비명이 끊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군산은 2030세대에게 ‘텍스트힙(Text Hip)’의 성지가 됐다. 군산회관의 커다란 홀 안에 수많 우리은행 대출상담사 은 작가와 출판인이 부스를 차려놓은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장관이었고 부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는 손님들은 어쩐지 다 세련되고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아내와 나는 작년에 희귀본을 보고 눈이 뒤집혀 허겁지겁 지갑을 연 경험을 되새기며 이번엔 책 사기를 자제하자고 다짐했으나 결국 또 경쟁적으로 여섯 권을 사서 가방에 넣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서울·제주·통영 등 신용불량자조회 전국 각지에 있는 서점 주인이나 출판사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작가와 시인들을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행운을 누린 건 아내와 내가 작년에 서울을 떠나 보령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 살 때는 전주나 부산·군산 같은 남쪽 지방에 놀러 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보령에서 군산까지 자동차로 50분밖에 걸리지 새마을금고 금리 않는다. 물리적 거리가 마음의 거리까지 줄여준 것일까. 그동안 왜 하필 보령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내느라 바빴다. 보령은 산도 있고 바다도 있으니까, 보령은 식당 반찬도 맛있고 식재료도 좋으니까, 보령은 굴구이와 조개구이의 원조니까…. 또 뭐가 있더라?
그런데 진짜 결정적인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냥 우리 우연히 보령으로 온 것이다. 이 도시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고 친구가 유망한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해서 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왔다. 서울이 좋긴 하지만 학교와 직장 다니는 수십 년 동안 살아봤으니 이젠 지방에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근데 산골짜기에 처박혀서 은인자중할 마음은 없으니 기차나 버스만 타면 금방 서울에 닿을 수 있는 거리면 좋겠다 일반대출 . 연극을 보러 서울에 갔다가 다시 내려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면 오케이. 이런 정도였다고 하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래도 무슨 연고가 있으니까 내려갔을 것 아니냐고.



보령의 머드 축제. 1994년에 박상돈 대천시장이 우연히 TV에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플레이어'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사업인데 이제는 세계인이 즐기는 보령의 상징 축제가 됐다./편성준 제공


미칠 노릇이다. 그러다가 파주에 있는 명필름아트센터 영화관에서 박찬욱 감독 GV(관객과 대화) 행사로 ‘헤어질 결심’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포에는 무슨 연고가 있어서 오셨어요?”라는 형사반장 해준의 질문에 “연고가 없어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서래의 대사가 귀에 와서 팍 꽂혔다. 그렇다. 우리는 연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연고가 없어서 보령으로 즐겁게 내려온 것이다. 고향 사람이라고 무조건 아껴 주는 것도 아니고 믿을 건 가족과 친척밖에 없다는 말도 허망하다. 이번 기회에 이사 같은 중요한 행사는 오랫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보시기 바란다.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중 ‘오자크(OZARK)’라는 작품이 있다. 시카고의 재무 관리사 마티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돈세탁으로 돈을 벌고 있었는데 동업자의 횡령이 탄로 나는 바람에 악당들에게 끌려간다. 바로 옆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동업자를 본 그는 임기응변으로 아침에 길에서 받은 전단에 쓰여 있던 휴양지 이름 ‘오자크’를 떠올린다. 그곳에 가서 돈세탁을 마저 하겠다는 약속으로 목숨을 유지한다. 그렇게 오자크라는 마을은 마티 가족의 새 생활 터전이 된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세상엔 5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전혀 상관없던 곳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중대한 결정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즐기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엔 당위적 질서가 필요하지만 실제 삶은 우연과 직관의 연속이다. 생각해 보니 보령의 상징이 된 머드 축제의 시작도 우연이었다. 1994년, 지역 경제 활로를 고민하던 당시 대천시장(1995년 대천시와 보령군을 통합해 보령시로 명칭 변경)은 TV에서 본 영화 ‘플레이어’에서 한 커플이 ‘머드욕’을 하는 걸 보고 “바로 저거야!”라고 탄성을 질렀다. 대천 바다의 진흙으로 관광 상품을 만들자는 그의 아이디어는 머드팩 화장품 개발로 이어졌고 마침내 보령 머드를 이 지역의 핵심 관광 자원으로 만들었다. 원적외선에 게르마늄과 미네랄까지 풍부한 보령 갯벌(MUD)은 1998년 대천해수욕장의 ‘머드 체험’ 축제로 출발해 오늘의 보령머드축제로 자리 잡았다. 보령의 진흙이 불편한 퇴적물이 아니라 모두가 웃으며 뛰어드는 오늘날의 ‘즐길거리’로 변한 것은 전임 시장이 우연한 TV에서 본 영화 한 편 때문이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먹고 씁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게 된 것도 ‘연고 없는’ 우연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칼럼이다. 그동안 아내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유연하게 살다가 다시 ‘우연히’ 돌아오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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