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관 作


칼끝이 지나간 자리에 시간의 결이 남습니다.찍힘과 흔적, 그리고 여백은 언어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서양화에서 목판으로 옮겨간 김순관 작가는 그 불가역적 흔적을 통해 존재와 세계의 관계를 새로 묻습니다.9번째 개인전이자 첫 판화전인 '첫 결 – 제주의 숨'은, 한 작가의 전환에서 확장한 제주 미술계의 공백을 메우는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목판화, 다시 돌아온 언어목판은 한때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사회적인 언어였습니다. 1970~80년대 오윤, 임옥상, 홍성담이 새긴 판은 민중의 얼굴이자 저항의 기록이었습니다.하지만 1990년대 이후 미술시장이 팝아트와 뉴미디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판화는 곁으로 밀려났습니다.지금 다시 목판이 주목받는 삼성카드사 이유는 명확합니다. 디지털 이미지가 속도를 지배하는 시대, 칼끝이 남긴 불가역적 흔적과 손의 노동성은 오히려 강력한 예술 언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김순관의 선택 역시 이 동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김순관 作


적금 이자 계산기 ■ 제주에서의 사건성제주 미술계에서 판화는 오랫동안 공백지대에 가까웠습니다. 회화, 서예, 도자가 중심을 차지했고, 판화는 소수의 시도로만 간신히 존재했습니다.이번 전시는 개인 실험에서 나아가, 제주에서 판화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드문 장면으로 읽힙니다.김순관이 운영하는 담소 창작스튜디오는 8년째 도심 속 창작 거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5개 is론카드 작업실과 갤러리를 무상으로 열어 젊은 작가들의 실험을 떠받쳐온 이 공간에서, 그가 직접 판화를 내놓은 순간은 지역 예술 생태계와 판화의 미래를 잇는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김순관 作


■ 작품 속 세 가지 상징이번 전시 대출영업사원 에 등장하는 대표적 모티프는 까마귀, 항아리, 말(馬) 입니다.'까마귀' 군상은 집단적 고독과 본능을 동시에 환기합니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까마귀 떼는 단지 형상이 아닌, 인간 사회의 불안과 연대의 이중성을 압축한 기호로 풀이됩니다.'항아리'는 비움과 채움, 기억과 의례의 매개체입니다. 반복되는 항아리들은 공동체의 시간과 보관된 기억을 드러내며, 화면 전 동사무소저소득층지원 체를 의례적 공간으로 영역을 넓힙니다.'말'은 제주라는 장소성과 인간의 원초적 에너지를 동시에 품습니다. 노동과 자유, 속도와 생존을 상징하는 말은 판 위에서 존재의 긴장과 힘을 시각 언어로 변환합니다.이들은 서로 다른 이미지 같지만 결국 인간과 자연,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을 직조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김순관 作


■ 흔적과 여백이 만드는 사유작가의 판화는 채움보다 비움에서 긴장을 만듭니다. 칼끝이 새긴 선은 한시도 같지 않은 거센 제주 바람마냥 날카롭고, 여백은 사유가 번지는 공간으로 열립니다.그렇다고 화면은 친절하게 완결된 이야기를 전하지도 않습니다. 관람객이 그 흔적 속에서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감각하도록 열어둡니다.김순관은 “목판을 새기는 과정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울지 고민하는 명상의 순간이었다”며,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 내 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첫 결 – 제주의 숨'은 한 작가의 매체 전환을 넘어, 판화사의 맥락과 제주 미술사의 공백을 동시에 불러내는 사건입니다. 판 위에 새겨진 까마귀, 항아리, 말들은 직접 질문하지 않습니다.대신 칼끝의 흔적과 여백이 스스로 말을 걸며, 관람객의 내면에서 또 다른 의미를 소환합니다.전시는 27일부터 10월 14일까지 담소 창작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