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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경에 도착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음악을 듣던 중 “솔직히, 말할게 많이 기다려 왔어”라는 가사가 흘러나오자 150여 일에 걸친 지금까지의 여행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바다이야기 게임장
은 날들이 있었나 생각했다. 많이 걸었고, 웃었고, 견디며 보낸 나날이 모여 끝을 맞이할 순간에 이르렀다.
남편과 함께 노던 터미너스 앞에서. 남편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이번 종주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
원림 주식
국경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9월 21일에는 여름과 이별하는 차가운 가을비가 우리를 찾아왔다. 새벽 두어 시간 내리고 말 것이라던 예보에 아랑곳없이 산이 변덕을 부리며 비는 계속해서 우리의 걸음을 붙잡았다. 하는 수없이 텐트를 치고 2시간 가까이 기다리기도 했다. 그 후에는 젖은 신발과 양말이 발을 얼게 만들었고, 한동안은상한종목
걷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하츠 패스(Hart’s pass)에서 트레일 매직(Trail Magic)을 만나 따뜻한 텐트 속에서 머물며, 근사한 저녁과 아침을 먹은 뒤 다음날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트레일 엔젤 동원 주식
월드 클래스(World class)의 트레일 매직 캠프 내부. 프로판가스히터와 따뜻한 커피, 차, 하이커 박스와 더불어 산속에서 와이파이도 쓸 수 있게 마련된 최고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9월 23일. 국경에 도착하기로 예정한 그날이 찾아왔다. 새벽 4시에 일어난 우리는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GT&T 주식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 길 끝에 목적지가 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무아지경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주변은 밝아졌고, 지도 앱에서 남은 거리가 숫자 대신 ‘근처(Nearby)’로 안내되기 시작하자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그렇게 노던 터미너스를 알리는 기둥이 세워진 작은 공터와 마주했다. 이틀 전 트레일 매직 캠프에서 만난 체코의 하이커 프리스타일(Free Style)이 먼저 와서 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시간은 아침 9시 19분이었다. 왈칵 눈물이 나면서 남편과 함께 얼싸안으며 도착의 기쁨을 나눴다. 멕시코와 미국을 가르던 높은 장벽과 달리 이곳은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터미너스의 기둥 이곳저곳에서 수없이 사진을 찍고, 방명록에 여행 소감을 쓰고 나니 정말 끝이 났구나를 체감했다.
완주한 하이커들의 방명록. 추운 날씨에 손이 얼어 펜을 쥐는 것도 어려웠지만 진심을 담아 글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길게 작성해 보았다.
올해는 외교적인 문제로 캐나다 국경을 넘을 수 없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만 했는데 덕분에 그동안 만난 다른 친구들과 마주하며 인사를 나눌 기회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친구들과 “축하해(Congratulation)!” 하며 주먹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주었다. 특히나 시에라에서부터 함께 했던 호세(José), 휴고(Hugo)와 만났을 때는 흐르는 눈물에 나는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였다. 늘 어설픈 영어를 쓰는 우리에게 먼저 말 걸어주며 챙겨주던 두 사람의 따뜻한 정은 아마 두고두고 생각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텍사스에 놀러 오면 같이 시간을 보내자!"라며 기약없는 약속도 건넸다.
미국,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온 하이커들. 다시 만나기 힘들겠지만 이들과 함께한 우정만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완주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을 잔뜩 느끼면서도 발은 부지런히 걸었다. 지난날 비 때문에 일정이 밀려 이날 걸어야 하는 거리가 최소 45km였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니 조금 피곤했지만, 저녁 7시에는 47km를 걷고 원하던 텐트 사이트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많이 걸은 날이었다. 여행 첫째 날에는 23km 밖에 걷지 못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참 대견했다. 또 이날이 산에서 마지막 야영이었는데,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여행을 돌아보니 ‘두 번은 못하겠다’고 깔깔깔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마자마(Mazama)라는 마을의 라이온스 덴 (Lion’s Den) 캠핑장. 이곳에선 라이언 씨가 하이커를 위해 자기 집 정원 한 편과 주방, 샤워 시설 등을 무료 제공한다. PCT에는 이처럼 놀라운 헌신으로 하이커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어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느낀 사람들 사이의 정, 유대감이 나를 충만하게 만들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이름도 국적도 상관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응원하며 서로 돕는 이곳 문화가 참 좋았다. 다른 어떤 풍경보다 이 마음이 오래도록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 누군가에게 이를 돌려줄 날을 고대하고 있다. 참 좋았고, 오길 너무나 잘한 여행이었다.
5개월 동안 글로써 여행을 정리하고 보니, 이 연재 덕분에 종주가 더욱 특별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 연재의 기회를 준 <농민신문>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기사를 읽으며 여정에 같이한 독자들에게도 “당신도 떠날 수 있다”라는 응원의 말을 남기고 싶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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