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바임’은 노르웨이 서해안의 작은 가상의 마을, 바임(Vaim)을 무대로 펼쳐진다. 그곳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두 남자, 그리고 뜻하지 않게 붙여진 새 이름만큼이나 예상된 경로를 벗어나 표류하는 삶이 있다. 도플갱어처럼 똑 닮은 두 남자의 삶을 운명의 종착지로 이끄는 것은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지 해내고야 마는’ 한 여성이다.
지난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극작가이자 소설가 욘 포세가 신작 ‘바임’으로 돌아왔다. 이번 신작에 이어 ‘바임 호텔’ ‘바임 위클리’까지 ‘바임 3부작’이 차례로 발표되는데, 다만 연결된 이야기가 아닌 “같은 상상의 장소를 공유하 사이다릴게임 고 있는 각각의 독립된 세 편의 소설”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야기는 등장 인물들의 삶을 따라 그저 ‘흘러’간다. 어부 야트게이르와 또다른 어부 프랑크, 그 사이의 엘리네라는 여성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렇지만 독자들이 만나는 것은 세 사람의 직접적인 갈등과 대면이 아니라, 운명에 이끌리듯 변주하는 삶들이다. ‘로맨스 소 바다이야기부활 설’이라고만 분류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욘 포세 특유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장, 마침표 없이 쉼표로만 만들어내는 문장의 리듬은 독자들이 그 흐름에 자신을 맡기게끔 만든다.
바임에 혼자 사는 어부 야트게이르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사내, 본명이 게이르임에도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그저 살아왔던 사내다. 어느 날 대도시에 간 그는 십대 때 릴게임골드몽 짝사랑해왔던 엘리네와 마주친다. 그녀가 남편 프랑크한테서 도망쳐 바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야트게이르는 삶의 결정권을 내어준 채 그 말에 따른다. 그런가 하면 프랑크는 또 어떤가. 그의 진짜 이름은 올라브지만, 엘리네가 프랑크라고 부르는 순간 그는 프랑크로서 삶을 살게 된다. 엘리네 역시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
책 속 인물들은 대 릴게임바다이야기 부분 원래의 이름대로 살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각 인물을 호명할 때마다 언어와 존재 사이의 간극, 그 사이를 미끄러지듯 부유하는 삶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뒤흔들릴 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운명이란 무엇인지, 그런 삶의 종착역에 있는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묻게 된다. 어딘가 수수께끼 같은 삶의 비밀은 책이 끝난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릴게임사이트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한 작가”라는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의 평답게, 욘 포세는 이번에도 명확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을 노래했다. 200쪽, 1만5000원.
인지현 기자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