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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힘을 잃었던 ‘코스피 5000’의 꿈이 살아났다.
코스피가 최근 5거래일 연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코스피 산출을 시작한 1983년 1월 이후 4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3400선을 돌파했다.
올해 초 상승세를 탄 코스피는 지난 8월 초 무너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주주 양도세 부과 요건 10억원’을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자마자 국내 증시는 급락의 길을 걸었다. ‘한국 증시 안 무너진다’고 자신하던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외침은 공염불이 됐다.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세 50억원 유지’ 의사를 밝혔고, 코스피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릴게임뜻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기업 규제 해소, 주주 중심 밸류업 정책, 트럼프 관세 전쟁에 맞선 실용주의 협상 등 만만치 않은 조건이 따라붙는다.




“10월은 주식 투자가 특히 위험한 달하한가
이다. 나머지 위험한 달은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이다. 그리고 6월과 12월, 8월, 2월도 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1894년 출간한 ‘얼간이 윌슨’에서 주식 시장을 풍자한 말이다. ‘주식은 해봐야 잃기만 하니 좋은 때란 없다’는 냉소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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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문구는 2025년 9월 한국 증시에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40% 이상 치솟았다. 전세계에서 가장 상승폭이 크다. 코스피는 지난 9월 2일부터 1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9월 15일 처음으로 3400선을 돌파했다. 이어 16일에는 장중 3450선까지 넘어서는 등 거침없는 랠리를 펼쳤다. ‘역대급 랠바다이야기 pc용
리’를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9월 전반부(1~16일) 코스피 상장사 960개사 중 주가가 오른 곳이 659개사였다. 전체 종목의 69%가 랠리에 올라탔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저환율, 저유가, 저금리 ‘3저 조합’은 굉장히 드물게 나타나는데, 지난 1986년 이후 40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며 “배당 분리과세 등 ‘정책’과인터넷황금성
3저 조합이 한국 증시 랠리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에도, 시장 상승을 이끈 주도주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며 “모멘텀이 강한 기업 주가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가 바라보는 목표치는 확고하다. ‘코스피 5000’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돌리겠다며 확고한 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그 동력은 ‘증시 재평가’다.
한국 증시를 언급할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았다. PBR이 1 미만이면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만도 못하다는 의미다. 미국(4배), 대만(2.4배), 일본(1.6배)은 물론 신흥국 평균(1.8배)과 비교해 확실히 싸다.
이재명정부가 증시 띄우기에 나서자 분위기는 확연히 살아났다. 특히 주식 양도세 부과 조건을 10억원으로 낮추려 했다가 다시 제자리(50억원)로 돌리며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 10억원으로 강화하려던 기준을 유연하게 낮춘 조치는 이재명정부가 앞으로 시장 친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신호로 평가됐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자본 시장을 존중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김민석 국무총리 말이 실천된다면 코스피 5000이 꿈의 숫자만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증권가에서는 대통령이 증권가와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연합뉴스)



미국 투자 자금이 한국으로?

적절한 버블 속 스타 기업 탄생
외국인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점부터 코스피 5000 기대감을 높인다. AI(인공지능)발 반도체 활황으로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은 9월 들어 보름여 동안 5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주식전략가는 국내 한 투자 콘퍼런스에서 “지난 수년간 미국으로 강하게 유입된 글로벌 투자금이 아시아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국면에서 한국 등 아시아로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유동성 랠리를 점쳤다.
코스피지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3400을 기준으로 12배에 약간 못 미친다. 일본은 17배, 신흥국 평균은 14.5배다. 코스피지수가 많이 오른 것 같지만 여전히 신흥국 대비 20% 낮다. 일본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도달할 경우 5000이 된다.
이영원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PBR이 1.2배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싸다”며 “한국 시장에 신흥시장 평균 PBR 2.0을 적용하면 코스피는 5000을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거품(버블)’을 불안하게만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성이 큰 산업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극단적 낙관론에 기댄 집단적 열광이 필요하다”며 버블을 필요악으로 봤다. 버블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은 도태되지만, 살아남은 소수 기업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은 1960~1990년대 미국 증시의 성장주 열풍에서도 확인됐다는 게 김 센터장 설명이다.



정체의 반복



기업·산업 못 키우면 ‘공염불’

5000 숫자보다 상승세 중요
코스피 5000 달성 조건도 만만치 않다. 증시에서는 미래가치가 최고 덕목이다. 아무리 싸다 해도 경쟁력 없으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새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산업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기업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백신, 수소·연료전지, 항공우주·방산, 모빌리티, 원자력·핵융합, 미디어·콘텐츠, 로봇 등 11개 산업을 지원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전략이 잘 작동해야만 ‘코스피 5000’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성장률은 0%대에 머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보호무역과 고관세 정책에 맞서 한국은 아직 제대로 된 협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증시 상승세가 우리만의 ‘축포’가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가 본격 열리며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찍었다. 일본 증시도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중국과 대만 증시도 잘 달린다. 현재의 ‘국장’ 랠리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코스피는 1989년 1000, 2007년 2000, 2021년 3000을 돌파했다. 지수가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10년 걸린다.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3300선에 머물더라도 이후 증시가 1년에 9%씩 개선되면 5년 만에 5000에 이른다. 5000이라는 숫자를 달성하는지 여부보다, 증시가 우상향하는 방향으로 체질이 개선되는지가 중요하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8호 (2025.09.24~09.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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