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풍력발전은 올해 50주년을 맞았습니다. 반세기 전, 전 세계를 뒤흔든 오일쇼크의 여파 속에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체 에너지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풍력발전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풍력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KBS에서는 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과제를 짚어봅니다.



국내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주 제동목장. 한라산 기슭인 해발 400m 고지대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소를 방목해서 키우고, 비행기에 납품하는 먹는 물 바다신릴게임 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제동목장은 우리나라 풍력발전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된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1975년 2월 27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제동목장에서 가동한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국내 첫 풍력발전기. 당시 직원 숙소의 전력을 공급했다.



1975년 2월 27일, 제동목장에서 국내 최초 풍력발전기가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 수입한 3kW 발전기로 초속 3m가 넘는 바람만 불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였습니다. 첫 발전기 가동 이후 제동목장의 풍력발 황금성게임랜드 전기는 모두 5대까지 늘었습니다. 직원 숙소의 전등을 밝히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1977년부터 50년 가까이 이 목장에서 일해 온 현계백 씨는 풍력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직접 사용해 본 산증인입니다. 현 씨는 “TV나 사진에서 덴마크 같은 곳에 있는 풍차만 봤지,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기는 처음 봤다”면서 야마토게임 “당시 목장에는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풍력발전기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제동목장에 세워진 국내 최초 풍력발전기는 1980년대 들어 제주 중산간까지 송전선이 연결되면서 쓰임을 다했고, 이후 모두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목장 한쪽에는 당시 설치됐던 풍력발전기 기초 구조물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릴게임무료 ■ 오일쇼크, 에너지 자립의 꿈을 깨우다
1975년이 우리나라 풍력발전 역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제동목장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기 열흘 전인 2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과학기술처 연두 순시에서 "바람이 많은 제주 등지에서 풍력발전을 개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가 최고 지도자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풍력발전 개발 지시가 이뤄진 것입니다.
19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이 닥친 시기였습니다. 바로 석유 파동, 일명 '오일쇼크' 때문이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촉발된 석유 파동의 여파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은 긴급조치 3호를 발동하며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5년 2월 17일 당시 과학기술처 연두 순시에서 풍력발전 개발을 공식 지시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석탄과 원자력이 대표적이었고, 풍력발전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과학기술처는 풍력발전 연구에 착수했고, 1975년 연두 순시에서 보고를 받은 박정희 대통령이 풍력발전 개발을 공식 지시하게 된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 하면 흔히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영향으로 원자력을 떠올리지만, 실은 풍력발전 개발을 최초로 지시한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이었습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 순시 과정에서 제동목장을 방문해 풍력발전기를 직접 살펴본 뒤, 과학기술처에 합동 연구도 지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주시 한림읍에 월령신재생에너지 연구기지가 설립됐고, 1990년대 후반에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이른바 상업용 풍력발전 시대가 열렸습니다.
김동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사업기획팀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풍력발전 개발 지시에 대해 “전세계적인 석유 파동으로 기름 가격이 높아지자,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면서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원으로부터 에너지난이 생겼기 때문에 에너지원을 자립함과 동시에 에너지 기술의 자립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50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 자립의 꿈은?
그렇다면 최초의 풍력발전기 가동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의 꿈을 이루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에너지 의존도는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들을 따져보면 석유가 가장 많고,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뒤를 잇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약 20%가 에너지를 사들이는 데 쓰이는 돈입니다.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나라는 오일쇼크 당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반세기 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오일쇼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가까운 예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습니다. 전쟁의 여파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신 미국산을 수입하게 되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장기 계약의 특성상 곧바로 수입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戰爭 100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 위기 장기화의 국내 경제·에너지 부문 영향과 대응전략]을 보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를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2022년 1~5월 무역수지는 역대 같은 기간 최대 수출액 달성에도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국민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을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고 전기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통제해왔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악화 요인으로 반드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OECD 꼴찌 수준의 재생에너지
물론 대안은 있습니다. 바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입니다. 햇빛과 바람에는 원료 가격이 없고, 우리 주변에 풍부합니다. 50년 전 에너지 자립을 꿈꾸기 위해 풍력발전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지난 10월 발표된 주요국의 발전부문 재생에너지 비중.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약 10% 수준으로 꼴찌에 그치고 있다. RE100이나 CBAM 등 새로운 통상 질서에 쉽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입니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비중은 원자력이 31.7%로 가장 높고, 가스 28.1%, 석탄 28.1, 그리고 재생에너지 10.6% 순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독일은 이미 50%를, 중국 역시 30%를 넘어섰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10%대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저조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이 생산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국제 캠페인 'RE100'이 대표적입니다. 유럽연합은 아예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본격적인 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나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나 재생에너지 보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된 것입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풍력발전은 이미 반세기 전에 시작됐습니다. 풍력발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과 비교해도 결코 늦은 출발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풍력발전은 왜 이렇게 뒤처지게 된 걸까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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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바람-에너지 자립의 꿈] 다시 보기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youtu.be/A9a72UfMk8g?si=Hjjw-sEmCZ04Y_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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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기자 (gara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