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46명(1일 오전 3시 기준) 목숨을 앗아간 홍콩 아파트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대나무 비계(작업용 발판·bamboo scaffolding)’를 두고 홍콩 사회가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대나무 비계는 중국 전통 건축사에서 1000년 넘게 이어져온 기술이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모두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도시 상징으로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이번 화재 참사 불쏘시개로 건물 외벽에 설치했던 대나무 비계가 지목되면서, 앞으로 홍콩 건축 공사장에서 대나무 비계는 빠르게 자취를 감 체리마스터모바일 출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사고 초점을 대나무 비계에 맞춰 부실한 공사 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대나무 비계 퇴출 발표 역시 중국 중앙정부(CCP)가 추진해 온 ‘홍콩 색채 지우기’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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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홍콩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탄 대나무 비계 사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나일론 보호망, 그리고 단열재로 쓰인 스티로폼 보드를 지목했다. 에릭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찬 홍콩 정무부장은 “대나무 비계는 불에 취약하다”며 금속 비계로 전면 교체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콩 독립 부패 방지 위원회(ICAC)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규모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기준에 미달한 건축 자재 인화성과 건물 관리 부실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소(C 사아다쿨 SIRO) 화재 안전 엔지니어 알렉스 웹은 영국 인디펜던트에 “대나무 자체보다 대나무를 감싼 플라스틱 피복과 인화성이 강한 부품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화재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재 발생 직후 홍콩 경찰은 시공사 관계자,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비계 하청업자 등 총 11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뇌물 수수, 안전 규정 위반, 과실 릴박스 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26일 홍콩 왕푹코트 주거단지 인근 임시 대피소에서 주민들이 경찰에 가족 상황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정무부와 달리 홍콩 치안 당국은 화재 확산 주범으로 대나무가 아니라 스티로폼 단열재를 지목했다. 홍콩 보안국장 크리스 탕은 “창문 주변에 무단으로 설치한 고인화성 스티로폼 보드가 화재 강도와 확산 속도를 급격히 높였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담당 부서에 나일론 보호망과 폼 보드가 화재 발생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관련 당국도 올해 11월까지 16차례나 현장 점검을 나왔다. 하지만 거듭된 점검에도 안전 규정 위반 3건을 적발하고 벌금 3만 홍콩달러(약 500만원)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당국은 심지어 “공사에 쓰이는 나일론 안전망에는 방염 기준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화재 책임을 두고 논란을 키웠다.
홍콩 정부가 고인화성 스티로폼 보드와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대신 대나무 비계 퇴출에 속도를 내자, 홍콩 시민들은 이 조치가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색채 희석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대나무 비계는 홍콩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좁은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건축 기술이다. 금속 비계는 쉽게 녹슬지만, 대나무는 습기에 강하다. 대나무는 설치 속도가 금속 비계보다 6배 이상 빠르고, 비용은 절반 수준이다. 태풍에도 유연하게 견딘다. 홍콩 건설산업총연합(HKCIEGU) 차우 스 킷 위원장은 SCMP에 “대나무 비계는 홍콩 건축계의 숙련된 기술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차이완구 주택단지 보수 공사를 앞두고 아파트 단지에 대나무 비계를 세우는 인부들 모습. /연합뉴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당국은 그동안 안전과 효율, 국가 통합을 명분으로 홍콩이 자랑하던 전통적인 요소를 단계적으로 제거했다.
1980~1990년대 홍콩 영화를 상징했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은 2010년 건물 조례 강화와 2013년 불법 간판 검증 제도 시행 이후 대거 철거됐다. 안전 인증 미달 간판 수만 개가 제거되면서, 이제 홍콩을 상징하던 화려한 밤거리는 사라지고, 다른 국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LED 간판이 그 자리를 채웠다.
홍콩 문화를 대변하던 광둥어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99년 홍콩 교육국은 수업 언어를 광둥어에서 보통화(푸퉁화)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보통화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홍콩에서 광둥어 지위를 비표준 방언으로 낮췄다.
대나무 비계 역시 이번 화재 이전에 공공 공사 신규 계약시 최소 50%는 금속 비계를 의무 도입하도록 지시했다.
SOAS 런던대 중국 연구소장 스티브 창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홍콩 정부가 대나무 비계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는 정부가 화재 실제 원인을 직면하기보다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뿐”이라고 했다.



30일 홍콩 왕푹코트 화재 현장 인근에서 사람들이 희생자들에게 꽃을 바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참사를 두고 홍콩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30일 하루 동안 참사 현장 인근에는 1000명이 넘는 추모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정부의 안전 관리 부실과 시공사 비리 의혹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홍콩 대학생 마일스 콴을 주축으로 한 정부 책임을 묻는 온라인 청원에는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했다. 서명을 주도한 마일스 콴은 “오늘날 홍콩이 속부터 겉까지 구멍투성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30일 홍콩 경찰에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중앙정부 역시 이번 화재 참사가 2019년 홍콩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반정부 시위 형태로 확산할까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성명을 내고 “반중 세력이 이 재난을 이용해 홍콩을 교란하려 한다면 국가보안법(NSL) 및 국가안전수호조례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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